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20904 - 신라면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Notes 2022. 9. 4. 20:55

    오늘은 일요일이다. 7시 반에 알람을 맞춰놨지만 7시에 눈이 떠버렸다. 그리고 정말 푹 잔 기분이었다. 침대에서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7시 반에 알람을 듣고 침대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다. 멜버른에 오고 조금은 유연해진 듯 하다.

    어제 장 봐둔 시기스 요거트와 그래놀라, 딸기, 토마토, 치즈를 먹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아침을 계속 먹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천천히 씹으면서 잠이 깨는 느낌이 좋았다. 멜버른에서의 아침은 또 커피를 빼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카페를 가기 위해 씻고 준비했다. 오전에 창밖이 흐렸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이다.

    어제 갔던 카페를 갔다. 가서 무언가 쓰리라 다짐하고 노트북과 충전기를 챙겼다. 어제 갔던 카페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라 코드 꽂는게 있을 것 같아 한참 고민하다 거기로 간 것이었다. 아직 9시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230v 어답터를 안 챙겼다. 노트북 배터리는 없었다. 괜한 고민들이었다. 노트북을 챙겼지만 못 쓰는 나는 따뜻한 라떼 (여기서는 flat white, white coffee, cafe latte 등으로 부른다) 하나와 뺑오쇼콜라 하나를 주문했다. 아침을 먹었음에도 커피엔 빵이고 빵에는 또 커피라 참을 수 없었다. 또 준비하다보니 배고파지기도 했다.

    카페에서 어제 에세이에서 읽었던 주제 “나는,”에 대해 써봤다. 나는 나에 대한 감상이 참 많은 사람이다. 자기애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또 느낀다. 자기애인지, 자기검열인지 모를정도로 때에따라 잣대가 다르지만, 쓸 얘기가 하염없이 나와서 좀 재미있었다. 초등학생때 생각도 해보고, 대학생 때, 그리고 지금에 대한 생각도 해 보면서 나라는 사람이 참 일관적이라고 느꼈다.

    “나는,” 이라는 글을 마무리하고, 카페를 떠나니 11시. 이 동네에 있는 어제 봐둔 숍들을 구경하러 나섰다. 배가 고프지는 않았기에 점심 먹으러 갈 수는 없었다. 카페를 나오니 날씨가 갰다. 해가 뜨니 역시 따뜻하다. 여기는 Colling Wood 라는 지역인데, 이 곳과 Fitzroy 지역은 힙한 동네로 유명하다. 실제로도 멋진 사람들이 많고, 멋진 고급 숍, 빈티지숍, 고가 브랜드 숍, LP 숍 등 다양한 가게들이 있다. 좋은 카페도 많다. 그리고 중심가와는 달리 건물들이 모두 낮고, 도로가 좁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확실히 거리에 사람이 많았다. 동네 구경을 하며 가보고 싶은 카페도 몇 개 찾았다.

    가다가 우연히 baserange 브랜드 숍을 만났다. 들어가 이것 저것 구경하다보니 후드 하나, 얇은 긴팔 하나를 구입하게 되었다. 사실 크림색 상의를 구매하고 싶었는데, 얇고 비치는 소재라 평소에 입고 다니기 신경쓰일 것 같아 좀 덜비치는 회색 상의로 골랐다. 멜버른에 와서 적당한 후드 하나를 꼭 사고 싶었는데, 핏도 소재도 컬러도 마음에 드는 베이직하지만 특별한 후드를 찾아 기분이 좋다. 택스리펀도 받으면 가격이 괜찮지 않을까. 여기 직원들은 너무 친절했다. 이런 친절한 느낌을 주는 브랜드는 숍 직원들도 친절한 것 같다. 많은 옷을 입어봤음에도 하나하나 입어볼 때 마다 같이 고민해주는게 좋았다. 덕분에 많이 try하고, 제일 적절한 구매를 할 수 있었다. 나는 혼자다보니 말 할 사람이 없어 입이 심심했는데, 이렇게 짧지만 옷에 대한 대화도 나눠 즐거웠다. 꽤 영어로 소통이 가능해서 놀랐다.

    생각해보면 나는 혼자 여행가면 점원들이랑 얘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호주 사람들은 Hi, how are you가 한 문장으로 입에 붙어있어서 날씨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얘기들을 한마디씩은 더 하게된다. 그리고 다들 밝게 얘기 해주고 받아줘서 혼자 하는 여행에 짧은 활력소가 된다. 호주사람들은 다들 수다쟁이인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쇼핑을 하고 돌아다니다 춥고 배고파 샌드위치를 파는 카페로 들어왔다. 역시 White 하나랑 햄치즈 샌드위치를 시켰다. 약간 신 양배추절임(?)이 있어 내 입맛에는 안 맞아 반만 먹었다. 사실 점심으로 매운 라면, 뜨거운 국물이 있는 음식이 먹고 싶었는데, 이 샌드위치로 인해 뭔가 더 생각나게 되었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메뉴를 고민했다. 신라면 봉지라면이 있길래 신라면을 먹을까, 어제부터 오늘 저녁으로 찜해둔 스테이크를 해먹을까 고민했다. 고민하다 오늘 하루 종일 탄수화물만 먹는 것 같아 소고기를 골랐다. 소고기와 함께 구워먹을 야채들, 여행 내 쓸 바디워시, 클렌져, 또 내일 먹을 아침을 샀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더욱 따스했다. 장 본것을 정리하고 나니 바깥 날씨가 아쉬워 운동복을 입고 나섰다. 7000보 정도 걸었는데 만보나 채우자라는 마음으로 나섰다. 오전과 달리 북쪽으로 걸어가며 동네구경을 했다. 오는길에 신라면이 너무 생각나, 신라면 컵라면을 사 왔다. 이 곳은 컵라면이 봉지라면보다 비싸다. 편리하면 더 비싼가보다. 아 마트에서 현금으로 계산하려 하다 동전 때문에 헤매는 나를 보고 마트 점원이 동전을 골라줬다.

    집에 와 책 읽고 고기 양념 해놓고 멍때리니 저녁 해먹을 시간이 되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하는 요리라 아직도 익숙치 않다. 칼에 손가락을 아주 살짝 베였다. 하지만 너무 맛있었다. 이렇게 맛있게 구워도 되나? 여기 소고기는 정말 싸고 맛있다. 그리고 신라면 컵라면은 정말 최고였다. 내 생에 이렇게 맛있고 나를 치유해주는 신라면이 있을까 싶은 느낌이었다. 스테이크와 신라면, 샤도네이 와인은 최고였다. 고기와 같이 구운 야채를 먹고, 느끼할 때쯤 신라면 국물을 마시고, 면을 먹고, 와인 한모금을 마신다. 요 몇일 목이 계속 칼칼하고 으슬으슬했는데 맵고 따뜻한 국물로 싹 내려간 기분이다.

    오늘 하루도 은근 바쁘게 보낸 기분이다. 하루쯤 방에 누워서 뒹굴거리기만 하려 했는데 오전에는 커피 때문에, 오후에는 따뜻한 해가 나와서 많이 뒹굴거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만큼 풍요롭고 맛있는 하루였다.

    Today’s Good

    기대하지 않았지만 맛있었던 뺑 오 쇼콜라

    한번에 써 내려간 “나는,”, 과거 회상 시간

    친절한 옷가게 직원들, 새 옷, 멋진 스타일의 옷을 입은 나

    르라보의 핸드크림, 향이 좋다

    망한줄 알았지만 적당히 잘 구워진 소고기, 잔뜩 굽고 다 먹은 야채들

    신라면 신라면

    술 한모금

    안예은 에세이

    Today’s Bad

    어답터 안챙긴 나

    아쉬운 점심. 더 맛있는 것을 먹었어야 했는데

    조깅 하고 싶은데 가까운 공원이 없다, 좀 가야 있음, 트램타긴 아까움

    요리 더 능숙히 하고싶다

    'Not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0905 - 하루 지난 Good & Bad  (0) 2022.09.06
    220905 - 내가 좋아하는 것  (0) 2022.09.05
    220904 - 나는  (0) 2022.09.04
    220903 - 멜버른에 혼자 남다  (0) 2022.09.04

    댓글

Designed by Tistory.